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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한새빛 시 소고] 송가(頌歌)  
아리랑저널(http://ajl.co.kr)   
관리자 | 2019.08.09 11:12 |

 

       [한새빛 시 소고]

송가(頌歌)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 형기

 

 

        나는 아무 것도 너에게 줄 것이 없다.

        다만 무력을 고백하는 나의 신뢰와

        그리고 이 하찮은 두어 줄 시밖에.

 

        내 마음은 항아리처럼 비어있고

        너는 언제나

        향그러운 술이 되어 그것을 채운다.

 

        정신의 불안과 그보다

        더 무거운 생활에 이끌려

        황막한 벌판

        또는 비 내리는 밤거리의 처마 끝에서

        내가 쓰디쓴 여수에 잠길 때

 

        너는 무심코 사생해 주었다.

        토요일 오후의 맑은 하늘을.

 

        어쩌면 꽃

        어쩌면 잎새

        어쩌면 산마루의 바람소리

        흐르는 물소리

 

        아니 이 모든 것의 전부와 그 밖에

        또 헤아릴 수 없이 풍성한 토지와

        차가운 대리석!

 

        아, 너는 진실로 교목같이 크고

        나는 너의 그늘 아래 잠이 든

       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하다.

 

       -이형기 시집오늘의 내 몫은 우수 한 짐에서-

 

 

         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   사진 최지송
 

감상을 위한 짧은 소고

 

이형기 시인은 그의 시 송가(頌歌)에 나타났듯이 정신의 불안과 그보다/ 더 무거운 생활에 이끌려/ 황막한 벌판에 서서 매일 어떤 것들과 씨름하는데, 결국은 마음이 항아리처럼 비어 있는 것이다.

그러나 시인이 쓰디쓴 여수에 잠길 때’ ‘토요일 오후의 맑은 하늘무심코 사생(寫生)’, ‘어쩌면 꽃/ 어쩌면 잎새/ 어쩌면 산마루의 바람소리/ 흐르는 물소리같이 아름다운 것들은 공허한 그에게 언제나/ 향그러운 술이 되어 그것을 채워 주었기에 그는 진실로 교목같이큰 그 그늘 아래 잠이 든/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했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.

어쩌면 마음의 빈 항아리를 채워주는 대상은,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다.

평범한 일상이 무덤덤함에서 감동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무심코 사생해준 아름다운 그림을 보듯 토요일 오후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준 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. 그래서 시인은 갚을 길이 없는 고마움을 다만 무력을 고백하는 나의 신뢰와 그리고 이 하찮은 두어 줄 시밖에‘ ‘아무 것도 너에게 줄 것이 없다.’고 고백하는 것이리라.

 

한 새 빛

한국문인협회이사·경기문인협회회장 역임,

현재 한국작가협회 상임운영이사·문학시대 동인대표

편집 / 한범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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